Blue Snowflake

# Main 1. 각성

륜온이 반인반룡으로 각성하게 된 상세한 이야기.

'륜온, 이제 갈 시간이다.'

"알았어."

륜온은 빙강궐를 집어들고 용의 영묘에 깔려 있던 멍석에서 일어났다.


륜온, 용들의 섬 '룡섬'에서 자라 온 인간이자, 지금은 인간들의 수호자인 반인반룡이다.

보통 용이라 하면, 두려워하긴 마련이지만 륜온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용들을 반기며 친근하게 지냈던 유일무이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용의 힘', 그 자체를 탐하거나 두려워하는 인간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 인간들로 인해 룡섬은 괴멸 수준의 침략을 당했다.

그 침략 당시, 륜온이 위험에 빠졌으나 륜온과 친하게 지내던 빙룡 '티엔'이 륜온을 지키고자 자신의 여의주와 힘을 매개체로 륜온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

"륜온!! 내 손을 잡거라! 어서!!"

"티엔...!!!"

"많이 혼란스럽겠지만.. 뒤를 부탁한다."

용들은 인간들을 수호하기 위한 존재이다.
용의 힘은 선택된 인간만이 '반인반룡'이 되어 다룰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자가 힘을 취할 경우 타락한 용, '낙룡'이라는 혼탁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너를 믿기에 이 힘을 넘기며 부디 올바른 곳에 쓰기를 바란다.
비록 지금 내 존재는 소멸되겠지만, 네 몸에 공존할 테니 이별하는 건 아니다.

부탁한다. 새로운 용이여. 인간들을 수호, 그게 우리의 사명이다.

륜온의 머릿속에 용의 계약의 내용이 흘러 들어왔다. 그리고 티엔의 모습은...

"티엔..?"

티엔의 형태는 아무리 둘러봐도 없었다. 이미 계약의 준비를 마치고 륜온을 구했던 것이다.

'정신 차려라! 그대로 당할 셈이냐!'

륜온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검날을 맨손으로 잡아내며 적습을 막아냈다.

"이... 이 자식 뭐야?!!"

륜온은 눈을 잠시 감았다. 그러더니 점점 용의 뿔과 꼬리의 환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침략자들은 그렇게 처음으로 반인반룡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많은 힘들이 요동치고 있어. 비록 완전히 제어하긴 힘들겠지만...!'

륜온이 눈을 뜬 후, 뿔과 꼬리가 실체화되며 완전한 반인반룡이 되었다.

"그만 하시죠 이제."

륜온은 냉기를 통해 자신을 습격했던 자의 검을 얼린 후 검날을 꽉 잡아내 그 검을 박살냈다.

"저게.... 용의 힘...?"

륜온은 그의 힘에 경악하던 무리를 쏘아보았다.

"당신들은 이 힘을 탐할 자격이 없습니다. 단순한 인간이 이 힘을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륜온은 한 순간 냉기를 분출해내며 무리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냉기를 분출했을 때 순간적으로 나타났던 빙룡의 환상을 보아서 그런 것일지.

"알아들었으면, 좋게 말할 때 꺼져."

그 때 두려워하고 있지만, 용기를 내어 륜온에게 다가간 한 사람이 있었다.

"어째서... 저희를 살려주시는 겁니까?"

"용은 인간들은 수호하기 위한 존재입니다. 그 사명이 있기에 함부로 해치지 않는 것이지."

"그래서.... 용들도..."

침략자들에게 당한 용들도 방어를 위해 제압 정도만 했을 뿐이지, 실제로는 인간들에게 크게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

"당신들이 먼저 우리를 해하지 않는다면, 보복이나 용들의 분노가 당신들을 향하지 않겠지만, 다음 기회는 없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륜온의 말을 듣고 침략자들은 룡섬에서 벗어났다.

"후우...."

'미안하다, 륜온. 갑작스레 이런 역할을 주어서...'

"됐어, 티엔. 그만큼 절박했던 상황이었을 테니까."

'오래 전 부터 생각했던 일이긴 했다. 넌 이미, 한 차례 날 구원 해 주지 않았나.'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을 잘 못 하는 것 같군. 내가 마룡으로 타락할 찰나에 너를 만나 마의 기운이 정화되었다.'

"마룡...."

'그러니 널 만난 거에 감사하고 있다. 그 당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널 상처입히고 말았지만..'

"별 수 있겠어? 당시에 엄청 날뛰던 너를 누가 막는데?"

'그래서 우리의 안전장치로 널 지목하고, 우리들이 널 수호하면서, 너에게 계약을 하겠다고 결정한 게 나였다.'

"우리...? 설마 다른 용들도?"

룡섬에는 여러 용들이 있지만, 특히 륜온과 잘 어울렸던 용이 티엔이었던 것이지. 다른 용들이라고 못 어울리는 건 아니었다.

'날 구원해 준 게 인간이라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널 보고 그 마음이 바뀌었다 하더라군. 당장에 너의 상냥함을 보고 배운 용들도 많다. 엘렌 녀석이 그러던데.'

티엔과 자주 투닥거리던 화룡, '엘렌'.

서로의 속성이 정반대인 만큼, 그만큼 서로 엄청 다투는 일이 있던 티엔한테는 악우같은 관계였다.

'그러고 보니, 엘렌이 네가 반인반룡이 되면 데려가고 싶던 곳이 있다 했더군.'

"엘렌이?"

륜온은 엘렌에게 향했다.

"온 건가."

"엘렌, 내가 반인반룡이 되면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서."

"녀석... 결국엔.."

티엔이 혀를 차며 륜온에게 말했다.

'너였어도 어차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하... 하하... 티엔이 어차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 아니냐고 되묻는데."

"녀석하고는 끝까지 결판 하나는 제대로 못 냈지만... 그건 그거고. 아무튼, 따라와 봐."

엘렌을 따라 도착한 곳은 금룡 '데겔' 의 묘였다.

"여긴... '데겔' 님의 묘지잖아."

'데겔', 룡섬의 최초의 반인반룡이자, 륜온을 룡섬에서 생활하게 해 준 대부같은 존재이다.

"데겔은 언젠가 너도 계약을 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이걸 만들어 뒀다 하더라군."

"미리?"

엘렌은 묘 뒤편에 꽂혀 있는 금강궐를 가리켰다.

"그 금강저는 원소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데겔이 만든 성유물이다."

"성유물.... 그런 걸 내가 함부로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거야?"

"어차피 반인반룡이 되었으니 낙룡을 상대해야 할 때가 많을 거다. 그에 대한 네 몸을 지킬 수 있는 무기인 거지. 한 번 잡아 봐라."

륜온이 금강궐를 들자 금강궐는 한순간 얼어붙어 얼음으로 된 금강궐이 되었다.

"이젠 금강궐... 이라고 할 수는 없겠군. 그 빙강궐(氷剛橛)은 이제부터 너의 것이다."

"...맡겨 달라고."

"부탁한다. 녀석의 몫까지."


한 자루의 빙강궐를 가진 반인반룡 '륜온'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의 일은 다른 용들이 '룡섬의 비극'이라고 칭할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륜온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용들과 인간들을 위해 다가올 위협에 맞서 싸우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비록 비극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영원히 함께할 용 '티엔'이 곁에 있어주었기에 륜온은 조금의 짐이라도 덜 수 있었다.

벗이자 계약자인 티엔, 그리고 다른 용들이 륜온을 지지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 보겠습니다. 반드시 인과 용, 모두를 지켜보이겠습니다. 그 때까지 부디 지켜봐 주십시오, 데겔 님."

륜온은 영묘를 나서기 전에 묵념을 하며 말했다.

'륜온, 전에 맡겨둔 여의주다.'

엘렌이 륜온에게 여의주를 건네 주었다.

륜온은 전에 티엔의 여의주에 용의 혼을 주입하는 의식을 맡긴 적이 있었다. 그 혼은, '룡섬의 비극'에서 희생되었던 어린 용이었다. 티엔이 동생처럼 여겼던 서리용이었다.

"녀석은... 괜찮아?"

'다행히도, 너와 함께한다 하니 군말 없이 협조해 주더군. 티엔 녀석을 따랐던 것처럼... 너한테도 의지하고 싶었던 거겠지.'

"이름은..."

'진명을 말하는 건가? 이제부턴 너의 성유물이니, 네 뜻대로 해도 된다. 녀석도 그걸 바랄 테니까.'

"꽁이. 그냥... 그렇게 짓고 싶네."

여의주가 꿈틀거렸다. 여의주를 잘 보니 작은 손과 발이 꼼지락거리며 눈을 서서히 뜨고 있었다.

"깨어난 건가?"

"샤아?"

꽁이는 륜온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잘 잤어? 너에겐 새로운 몸이겠지만, 날... 따라올래?"

"샤아!!"

꽁이는 기쁜듯이 륜온의 품에 안겼다.

'녀석. 네가 마음에 든 모양인 것 같군.'

"티엔이 거의 동생처럼 여겼던 얘니까. 그러니 날 형처럼 따른 것도 있었겠지."

'저 녀석의 진명... 알고 싶다면 알려주겠지만, 저 이름도 괜찮은 것 같군.'

티엔이 륜온에게 의견을 전했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인 거니까. 굳이 과거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 말이 맞지. 녀석한테도 그게 나을 거고.'

꽁이는 륜온의 곁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지금은 만족스러운 듯 신난 모습을 모였다.

"아, 그나저나 엘렌. 이런 성유물을... 다시 만드는 건 어렵겠지?"

'아무래도... 환룡 님도 이제 한계신 것 같더군. 저 녀석이 마지막 성유물이라 하더군.'

"그런 건가..."

환룡, 륜온을 룡섬에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 선대의 용이었다. 성유물을 만드는 기술을 데겔 님에게 알려줬던 지혜로운 용이었다.

'그 비극에서... 너무 많이 다치셨다. 아마 동면을 취해야 할 수도 있다 하더라군.'

"동면을 취해야 할 정도의 부상... 생각하기 싫군."

'아무튼, 환룡 님께서도 널 위해 만든 성유물인 만큼 공들여 작업하셨다. 티엔 녀석의 힘을 제어하는 데에 조금 도움이 될 거다.'

"나중에... 환룡 님이 깨어나시면 고맙다고 전해야 할 것 같네."

'때가 되면... 꼭 말해 주도록 하지.'

엘렌의 말에는 여러 의미가 섞여 있는 듯 했지만, 륜온은 환룡이 무사하길 바랄 뿐이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낙룡!!!"

륜온이 낙룡들을 향해 고함쳤다. 그들은 고함소리를 듣고 륜온에게 돌진하였다.

"수연(守緣)의 검."

륜온은 빙강궐에 힘을 내보내어 얼음으로 된 칼날을 만들어 내었다.

"네 놈들이 어떤 것을 노리든, 지나 갈 수 없다!!!"

륜온은 한 자루의 검이 된 빙강저, 수연빙검(守緣氷劍)을 고쳐들고 낙룡들을 베어나갔다.

륜온이 낙룡 한 마리까지 남김없이 베어냈다. 그럴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륜온의 뒤에는, 환룡의 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혼탁한 기운을... 당장 치워내지 못해!!!"

낙룡들의 혼이 하나로 모여, 거대한 낙룡이 되어 륜온에게 달려들었다.

"꽁아!"

꽁이는 륜온의 마음을 읽은 듯, 륜온에게 냉기로 된 방어막을 씌웠다.

거대한 낙룡의 주먹은 방어막에 닿으며 서서히 얼어붙었다. 륜온은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빙강궐의 말뚝 부분 '근냉'을 낙룡의 몸에 박아넣었다.

"'근냉'은 주변의 냉기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하면서 한 번에 방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너도 거기까지다."

순식간에 낙룡의 몸이 완전히 얼어붙고 륜온은 빙강궐을 뽑아내었다.

"그만 사라져라. 혼탁의 잔해여!!!"

륜온이 다시 수연빙검을 만들어 내며 얼어붙은 낙룡을 베어내며 낙룡은 얼음의 조각이 되어 주변에 흩뿌려졌다. 륜온은 얼음 칼날을 냉기로 되돌리며, 바닥에 근냉을 찍었다.

"부디.. 성불해라."

얼음의 조각들이 냉기로 변하며 빙강궐에 스며들었다.

'이걸로... 환룡 님도 만족하실 거다.'

"아니, 아직 모든 혼탁한 기운을 없애기 전까진 환룡님... 아니, 또 다른 대부님의 묘를 똑바로 쳐다볼 순 없어. 날 거두어주신 대부님이 원하신 것처럼, 모든 것을 평화롭게 되돌린 후 그 묘에 가겠어. 그 전까진... 아직 부족할 뿐야."

'륜온...'

"대부님의 은혜를... 끝까지 지켜내고, 그리고 이 낙룡들의 근원을 찾아 모든 비극을 끝내겠어. 그 때까진 멈추지 않을 거야. 티엔."

'네 뜻이 그렇다면야... 알겠다.'

"...고맙다. 티엔."

미약한 바람이 륜온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했다. 그 바람은 마치 누군가의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부드러운 바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바람을 갑자기 일으킬 만한 사람... 아니, 용은...

"에테르 누나... 그만 하라니까 진짜?"

'에테르', 또 다른 룡섬의 반인반룡이자 영묘를 지키는 풍룡이었다.

"내가 한 건 어떻게 안 거야? 으이구.. 무리하지 말라니깐."

"누나가 나였어도... 내 입장을 이해하긴 할 거 아니야."

"뭐 하긴... 어렸던 우리들을 보살펴 줬던 대부님이었던 만큼, 나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긴 한데.."

에테르가 륜온의 오른팔을 쿡쿡 찔렀다. 륜온이 좀 아픈 듯 인상을 썼다.

"이거 봐... 무리하니까 부상입은 것도 모르는 거잖아. 기다려 봐. 금방 치료해 줄게."

에테르는 바람으로 륜온의 소매를 강제로 걷어 상처의 정도를 보았다.

"아무래도... 타박상인 것 같네. 그 주먹... 완전히 막은 건 아니었나 봐."

"하... 속일 수가 없네 진짜. '스팅'이 알려 준 거야?"

'스팅', 에테르와 계약을 맺은 풍룡이다. 실레 역시, 티엔처럼 에테르의 몸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너 내가 원래 치료사였던 건 잊고 있었나 봐?"

"아 맞다..."

에테르, 그녀는 원래 치료사로 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몸에 불편한 곳이 있으면 금방 원인을 찾아내어 조치를 해 줬었다.

"요 녀석아, 아무리 반인반룡이래도 무적은 아니야."

에테르는 륜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걱정해 주었다.

"대부님뿐만 아니라, 엘렌, '하이렌', 그리고 '데무스'까지.... 다 지키고 싶은 거지?"

수룡 '하이렌', 그리고 지룡 '데무스'. 그들은 륜온이 티엔과 계약을 맺은 후 반인반룡인 그를 후견을 맡아 주었던 용들이다.

"난.."

륜온은 정곡에 찔린 듯, 말을 삼켰다.

"그 마음 알아. 하지만, 지금은 다들 네가 크게 다치지 않는 걸 원할 거야. 티엔도 같은 마음일거고."

에테르는 륜온을 가볍게 안아주며 충고해줬다.

"너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않아도 돼. 네 곁에는 나도 있고, 다른 용들도 있으니까 혼자서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돼."

'륜온.. 솔직히 많이 걱정되긴 했었다. 그녀가 내가 해 주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주는 군.'

티엔이 에테르의 말에 거들었다. 함께 듣고 있던 만큼, 에테르의 마음에 공감한 걸까.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상냥한 그 마음만큼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 줘. 그 마음은 구원의 힘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마음..."

에테르의 말을 들은 륜온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시 바람에 모든 것을 맡긴 것처럼 륜온의 힘이 은은하게 바람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 냉기가 너의 마음을 지켜주는 동시에.. 너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벽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그러니까, 조금만 쉬어."

에테르가 손가락을 튕기더니, 바람들이 모여 사람 한 명이 누워도 될 만한 조그만한 구름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에테르는 그 구름에 륜온을 눕혔다. 륜온이 구름에 눕자 냉기들이 구름을 더 굳혀주는 것 같았다.

"잠시만이라도,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바람의 속삭임을 들어 봐."

륜온은 부드러운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륜온이 몸을 일으켰다.

"...고마워."

"별 거 아닌 걸 뭐. 많이 힘들어 보였거든. 그러니까 앞으로 힘들면 누나한테 와."

"아흐... 언제까지 아기처럼 대할 건데."

"너 무리 안 하는 날까지."

"평생 보겠다는 거네... 하아..."

"아니 한 번만이라도 무리 안 하는 게 힘들어? 아니면..."

에테르가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괜히 설레발 치지 마..."

륜온이 질색할 듯이 고개를 가로지으며 말했다.

"히힛. 아니었나 보네. 아무튼, 다들 걱정하고 있어.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니까 너무 흘려듣진 마."

"알았어. 걱정해 줘서 고마워 누나."

어느새 륜온의 팔의 상처는 치유되었고, 륜온은 에테르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고 영묘를 벗어났다.

"언제나 고마워. 룡섬의 수호빙룡 동생."

영묘에서 벗어나는 륜온에게 에테르가 바람을 통해 이야기했다.

"룡섬의 성녀인 누나가 할 소리인가."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에테르가 부끄러워 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려왔지만 륜온은 얕은 미소를 지었다. 그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건 에테르인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거의 남매처럼 지냈던 만큼 륜온 또한 에테르를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었다. 비록 피로 이어진 연은 아니지만, 같은 대부를 따랐던 만큼 서로에 대한 마음 또한 진심이었을 것이다.

동생은 연 (緣), 누나는 결 (結). 서로가 모두를 위한 마음은 조금은 다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같다. 모두를 지켜내고 아끼겠다는 마음.

그 마음만큼은 룡섬의 어느 누구보다도, 그들을 이길 자들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