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도대체..."
용들이 안내해 준 곳에 내 눈에 비쳐있던 건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사람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흔히 '드래곤' 이라고 불리는 다른 차원의 용의 뿔과 꼬리를 가진 반인반룡이었다.
물론 나도 반인반룡이지만... 이 사람은 뭔가 나랑 달랐다.
그 반인반룡은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 마냥 땅이 움푹 패인 자리에서 어지러운 듯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이봐요. 괜찮은 거에요?"
난 그 사람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내 손이 그 사람에게 닿자마자 갑작스레 기시감이 들었다.
나만 그 기시감을 느낀 건 아니었는지, 그 사람도 내 손이 닿자마자 살짝 꿈틀거렸다.
"당신...?"
"여긴... 대체..."
"내 눈 똑바로 봐요. 당신이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난 그대로 용언을 사용했다. 그래야만 했다. 이 자가 누군지... 짐작이 갔으니까.
"맞다, 아니다로 대답하세요. 당신은 다른 차원의.... 제가 맞습니까?"
예전에 '티엔'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다른 차원에서도 용이 존재하지만, 우리 차원의 용과는 모습이 다른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그리고 그 드래곤 중에서도 나처럼 반인반룡인 사람 역시 존재한다고.
그리고 아까 그 기시감이 들었을 때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맞다. 말은 서로 줄이도록 하지. 나 자신한테 존댓말이라니. 뭔가 이상하잖아."
"...그래. 이 차원에서는 엘엔(LN)이라고 불리는 게 나을 거야. 당장에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것이 그 뿔이랑 꼬리로 보여지지만, 우리의 이름이 불리면 다른 차원의 나라는 걸 알아도 서로 구분하기 힘들 테니까."
"알았어. 아무래도 따지면 내가 외부의 존재일 테니. 차라리 가명을 쓰는 게 훨 낫겠지."
"방금 그건... 용언인 건가."
"너는 못 쓰는 건가?"
"반대로 질문하지. 너는 폴리모프를 쓸 수 있나?"
"아니. 그러면 용언은 드래곤이 쓸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네."
"일단... 좀 쉬어야 하겠군. 근처에 쉴 곳이 있을 지 모르겠군."
"따라 와. 그래도 난 이 곳의 수호룡이니, 네 존재는 내가 보증하면 돼."
난 녀석을 데리고 룡섬의 중앙에 있는 신전의 지하공간으로 갔다.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
일단 서로의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다른 차원의 나라도, 티엔을 알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
"네가 다른 차원의 나라는 정도만 인식이 되는 거고, 이 차원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 지는 못해."
"오케이, 그러면 내가 반인반룡이 된 것부터 설명해야겠네."
난 원래 반인반룡이 아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신전의 이 공간을 찾았다. 정확히 말하면, 바닥에 얼어붙은 흔적들이 날 자연스레 이 곳으로 이끌었다.
낯선 공간, 그리고 낯선 흔적을 계속 따라가니 성유물인 '금강저'가 땅에 박혀 있었다.
금강저가 박혀 있던 곳은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이 금강저가 이 냉기의 근원인 것처럼 다른 곳에는 얼어붙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이 금강저를... 뽑아야 할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머릿속에 말이 들려왔다.
'여길 찾아오다니... 보통 인간은 아닌가 보군.'
"...방금 뭐지?"
'안심해라. 환청은 아니니. 금강저에 손을 대라.'
"괜찮은 거 맞나..? 혹시나 잡아서 잘못되는 건..."
'괜찮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방금...!"
틀림없이 용언이었다. 용들한테 수호를 약속한다는 용언 중 하나였다.
"빙룡이라면... 혹시..."
'내 이름을 알고 있나 보군. '티엔'이다.'
룡섬의 고대룡 중 하나로 알려져 있던 빙룡. 그게 티엔과 첫 만남이었다.
'너라면 괜찮을 거다. 계속 봐 왔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박혀있던 금강저를 뽑아내었다. 그러자 금강저는 한순간 얼어붙더니 얼음색의 금강저로 재구성되었다.
'갑작스럽겠지만, 앞으로의 룡섬을 너한테 맡기고 싶었다. 그래서 내 방식으로 이 곳으로 인도했는데 다행히 잘 와 주었군.'
"날 선택한 이유가... 있는 건가."
'안 그래도 용들과 친하지 않나. 그리고 누구보다 룡섬을 지키고 싶어했고.'
"그렇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는데."
'괜찮다. 내 힘을 넘겨 줄 테니.'